교황청은 왜 교황의 건강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는가
최근 교황의 건강 관련 뉴스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교황이 입원했다거나 회복 중이라는 소식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의 안위를 걱정하게 된다. 겉으로는 인도적 관심사처럼 보이지만, 비판적으로 바라보면 단순한 건강 뉴스 이상의 깊은 의미가 숨어 있다. 도대체 왜 교황의 건강 문제가 이렇게 자주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것인가?
교황은 전 세계 수많은 신자의 영적 지도자이기에 그의 건강은 당연히 큰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바티칸이 이례적으로 매일 교황의 건강 상태를 공개하고 있다. 평소 내부 정보에 인색한 바티칸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소식을 전하니 언론도 연일 이를 다룰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반복 보도를 통해 교황의 존재감이 끊임없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언론 보도는 교황의 이미지를 신비화하고 신격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전 세계가 교황의 쾌유를 기원한다", "교황이 병상에서도 평화 메시지를 전했다"는 식의 표현은 그를 성인 같은 존재로 부각시킨다. 심지어 병실에서 신문을 읽고 커피를 마셨다는 일상조차 기사화되어 교황의 모든 행동이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처럼 다뤄진다.
대중은 반복되는 보도를 접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교황은 모두가 염려해야 할 특별한 인물'이라는 관념을 받아들이게 된다. 연일 쏟아지는 교황 건강 뉴스에 노출되면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그의 위대함이 당연한 듯 각인된다. 그렇게 교황을 절대 신뢰하고 존경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게 되면서, 교황청이나 교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점차 희미해진다.
교황 건강 이슈에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것만으로도 가톨릭 교회의 막강한 위상이 드러난다. 바티칸은 교황의 취약한 모습마저 공개하면서도 그가 여전히 지도자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연출은 신자들의 동정심과 결속을 불러일으켜 교회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고, 국제 사회에도 가톨릭의 존재감을 각인시켜 정치적 영향력으로 이어지게 한다.
결국 교황 건강 보도의 이면에는 단순한 안부 확인 이상의 메시지가 숨어 있다. 우리는 언론이 보여주는 그대로 믿기보다 그 배경에 숨은 의도와 효과를 비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교황에 대한 존경과 쾌유를 비는 마음은 자연스럽지만, 그 감정이 어떻게 형성되고 이용되는지를 돌아보고 언론의 프레임에 휩쓸리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