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무기 비판과 바티칸의 근위대
[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 성베드로 성당 손을 흔들고 있다
[로마=AP/뉴시스] 김재영 기자 = 로마 카톨릭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25일 크리스마스 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를 비롯해 세계 평화를 호소하면서 무기 산업을 맹렬히 비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 평화를 위해 무기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는 무기 제조업체들이 만든 것이 사람을 죽이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전쟁은 "항상 패배만 남긴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티칸 내부를 살펴보면, 평화를 외치는 교황이 철저히 무장된 보호 체계 속에 있다는 점에서 모순이 드러납니다. 과연 교황의 평화 메시지는 현실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바티칸의 헌병대는 단순한 치안을 유지하는 경찰 조직이 아닙니다. 이들은 글록 17, H&K MP5, 베레타 M12 등 유럽산 화기로 무장하고 있으며, 특수부대는 Carbon 15 돌격소총과 산탄총과 같은 강력한 무기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장비는 바티칸이 단순히 종교적 상징을 넘어 철저한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스위스 근위대 역시 화려한 유니폼 뒤에 숨겨진 현대적 무기를 사용하는 정예 요원들로, 필요시 무력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평화를 설파하는 교황이 이러한 강력한 무장 체계에 의존하는 것은 그의 설득력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교황은 "전쟁은 언제나 패배만 남긴다"고 강조하며 무기 생산을 멈추면 세계의 기아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의 주변은 현대적 무기로 철저히 무장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단순히 "현실적인 필요"로 정당화할 수 있을까요? 무기를 사용하는 행위가 교황이 비판하는 전쟁과 폭력의 연장선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없겠습니까? 교황이 무기를 비판하는 이유는 그것이 생명을 파괴하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속한 바티칸이 무기를 유지하면서 평화를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진정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바티칸은 전 세계 평화의 상징이 되어야 하지만, 그곳에서 강력한 무기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평화 메시지와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물론 바티칸은 현실적인 안전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가 교황의 평화 메시지와 모순된다면, 이는 그의 도덕적 권위를 심각하게 약화시킬 뿐입니다. 게다가 바티칸이 과거 십자군 전쟁이나 종교재판 등에서 무력을 사용했던 역사를 떠올리면, 무기를 통한 권력 유지와 도덕적 권위 간의 긴장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과거의 행보를 반성하지 않는 상태에서 무기를 비판한다면, 이는 선택적 윤리로 비춰질 위험이 큽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화 메시지는 고귀한 이상을 담고 있지만, 그 진정성을 위해서는 행동으로 실현해야 합니다. 무기 없는 바티칸은 전 세계에 강력한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은 무기에 의존하며 평화를 외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교황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그의 메시지는 자신의 환경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무장을 완전히 내려놓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평화 메시지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론으로 남을 위험이 큽니다.
결국, 교황의 메시지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목소리는 공허한 외침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큽니다.